‘신라요’에 다녀왔습니다.

보문단지에서 불국사 가는 중간쯤에 ‘공예촌’이란 곳이 있습니다. 꽤 오래전에 조성된 단지인데, 저도 이번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한때는 번창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쇠락한 기운이라서 아쉬웠습니다.

이번 방문은 신라토기 재현을 가장 잘 하고 있는 유효웅 명장의 ‘신라요’를 가보려고 길을 나선 것이었습니다. 공예촌은 꽤 크게 조성되어 있는데, 안쪽으로 여러 작업장들이 펼쳐져 있어서 잘 운영된다면 매우 흥미로운 여행 공간으로 역할을 할 것 같았습니다. ‘신라요’는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왼편으로 통가마가 있습니다. 칸을 나눈 것도 아니고, 통으로 길게 만들어져 있어서 예전에 불을 땔 때는 아주 볼 만 했을 것 같습니다. 가마 옆으로 전시실이 있는데 마침 저희는 사모님이 문을 열어주셔서 전시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토기 재현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기마인물형 토기라든가, 낯익은 토우들이 한 가득 있었습니다. ‘신라인의 미소’로 알려진 수막새 기와 재현작품들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크게 감탄을 한 것은 전통 토기 재현품만 아니라, 토기로 상감 혹은 분청사기 느낌의 작업을 해놓은 것들이 상당히 많았고 좋았기 때문입니다. 토기에서는 정교함이나 고급스러움을 잘 기대하지 않을텐데, ‘신라요’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조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매트한 느낌의 토기에서 분청이나 상감 느낌을 받으니 매우 이색적이었습니다.

다완 작품도 여럿 보였습니다. 토기로 만든 다기 세트도 있었습니다. 유효웅 명장은 일본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 듯 했습니다. 경주 박물관의 토기 재현품은 거의 이곳에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는만큼 작업의 수준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전시실을 쭉 둘러보다 보니 옛날 고대의 어느 시절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경주 여행은 전면에 도드라진 곳 말고, 이면의 깊은 곳에 있는 장인들, 명인들을 만날 수 있으면 훨씬 더 깊고 넓은 여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 발 더 들어간 경주여행을 시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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