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 독서모임 2(2023)

시즌 2의 카피는 “철학하고 앉아있네”였다.

난이도를 좀 조정해 보자는 생각으로 <쪽샘살롱>의 셰프이자, 철학책 전문 번역자인 박성훈 선생의 추천으로 <고릴라 이스마엘>과 <나는 악령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병철의 <서사의 위기>를 차례로 읽었다. 전반적으로 책이 두껍지 않고, 문장들이 좋아서 읽기 편했다.

<고릴라 이스마엘>은 다니엘 퀸의 철학 소설인데, 고릴라와의 대화를 통해 인류역사를 반추해보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제목이 <이스마엘>로 나왔었는데, 출판사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과잉친절을 베풀어서 ‘고릴라와의 대화’란 장치가 폭로되면서 ‘이스마엘’이란 이름에서 한번쯤 더 생각해 보게 될 이슈들이 허공으로 흩어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인류사를 쭉 훑어내려오며 인간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해온 익숙함을 낯설게 보도록 만든 책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철학 입문 독서용으로도 많이 읽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악령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국내 라캉 전문가인 백상현 선생의 책인데, 문장과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청년들에게 위험스런 존재란 이유로 사형당한 것, 아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라캉식으로 풀어내었는데, 매우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의 책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서사의 위기>는 그 무렵에 나온 재독 한인 철학자 한병철의 최신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사’에 관심이 있었기에 바로 사서 읽었다. 꽤 흥미로운 포인트를 많이 건졌다. ‘스토리’와 ‘서사’를 구별해서 대비시킨 대목이며, ‘스토리텔링’이 ‘스토리셀링’이 되어 있다는 비판은 적확하게 과녁에 가서 꽂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철학자로서 짧지만 밀도 있는 철학책을 유럽에서 펴내고 있는 생산력 높은 이 저자의 책은 몇 권 더 구해서 틈틈이 들여다 보게 되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