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 해가 다 저물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개인으로는 벌여놓은 여러가지를 정리하고, 방향을 모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몇가지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쪽샘살롱’ 시대를 접다
파란만장했던 와인바 쪽샘살롱을 올해 6월로 접었습니다. 원래 2024년 말에 접을 상황이었는데, 새로운 방향 모색의 가닥이 잡히는 것을 보며 하자 싶어서 6개월 연장했던 것인데, 그 사이에 12월에 계엄 사태가 벌어지면서 장사는 장사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얼어붙은 상태로 폐업때까지 지속한 듯 합니다. 그래도 마무리를 하고 나니 돌아볼 여유가 생겨서 ‘쪽샘살롱 흥망성쇠’란 제목으로 브런치에 10여회 연재글을 썼습니다. 얼마전에 쪽샘살롱 자리에는 들어올 사람이 생겨서 공사를 시작했더군요. 고분이 보이는 쪽으로 크게 통창을 내는 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내년 봄이면 고분뷰가 멋진 카페가 하나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손님으로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소회를 담은 글 하나 남기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한 챕터를 완전히 넘깁니다.


청자의 꿈, 전시회를 마치다.
경주에서 5대째 도공집안인 해겸 김해익 선생의 작품을 대대적으로 망라하는 도자기 전시회를 기획해서 운영했습니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5월20일-6월1일까지였는데, 같이 책모임을 했던 분들의 적극적 도움으로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맨땅에서 이루어낸 일이었는데, 많이 배웠습니다. 경주의 도자 역사와 도예가들의 활동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고전을 읽다
올 한 해는 책을 열심히 읽은 시간이었습니다. 책모임으로 만난 분들과 어울려 상반기는 <삼국사기>를 꾸준히 읽었습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대비가 확실히 되었던 시간이고, 아울러 책을 쓴 김부식과 고려시대에 대한 관심도 크게 생겼습니다. 신라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보려면 <삼국사기>와 김부식과 고려에 대한 전면적 평가가 가능해야 하겠구나 실감을 했던 시간입니다.
상반기 과제를 마무리하고 잠시 쉬면서 한 달간 보았던 책은 <심청전>이었습니다. 이걸 무슨 한 달씩 읽을 내용이 있나 싶었는데, 웬걸,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 거리가 있는 책인줄 몰랐습니다. 종교적 상징, 문화인류학적 통찰, 한국사상의 풍성한 교차로 꽉찬 내용이었습니다. 현대의 젠더 논의며, 개인과 가족 이슈까지도 격렬한 토론이 가능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고려사’ 공부를 하기로 해서 한정수 교수의 <새고려왕조사>란 최근에 나온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절반 좀 못 미치는 분량까지 읽었고, 아마 내년 상반기는 오롯이 이 책을 마무리하는데 쓰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시간에 6-7명이 모여앉아 꾸준히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
올해는 세 번 정도 중요한 글쓰기와 강연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강원도 원주의 가나안 농군학교의 수도원장인 오세택 목사님의 요청으로 ‘가가와 도요히코’의 일대기에 대한 원고를 쓰고, 발표한 일(11월 3일)입니다. 덕분에 개신교계 목회자들과 예전 지인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우치무라 간조와 더불어 일제시대부터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일본의 대표적 기독교인입니다. 그에 대한 소개와 비판적 평가는 현재의 한국 개신교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과거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를 얻어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볼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제 모교회이기도 한 경주제일교회에서 했던 ‘경주는 개신교를 어떻게 만났나?’란 강연(9월 21일)이었습니다. 제가 브런치북 <모던 경주>에서 ‘경주의 삼일운동은 경주제일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이 중심이었다’는 글을 썼었고, 그 외에도 1902년에 설립된 경주제일교회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좋게봐주셔서 제일교회 자료도 살펴볼 수 있었고, 향후 역사관 설립을 위한 준비에도 간간이 도움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세번째는 12월 21일에 해방후 경주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고청 윤경렬 선생을 기리는 ‘고청기념사업회’의 요청으로 “경주는 계속 재발견되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향토사학자로서 고청의 기여를 살펴보는 글을 쓰고, 발표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은사 선생님도 두 분 뵈었고, 제가 서너살 꼬마였던 시절 옆집에 살던 동네 누나도 만났습니다. 고향이 이런 곳이구나 싶은 날이었습니다.


2025년 한 해도 고마웠습니다. 새해를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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